연출이후 외주사 애니메이션 팀과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가지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10년이상 느끼고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외주사(소규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특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외주사 직원이었던 경험을 토대로 나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설립목적
외주만 하는 회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자신들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주로 벌고 남은 자금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 규모
대부분의 외주사들은 그 규모가 영세합니다. 5-30명 정도 규모의 회사가 많습니다. 인원이 부족한 경우 외주사가 프리랜서에게 다시 하청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 프리랜서가 받는 보수는 줄어듭니다. 보수가 줄어들면 관심도나 퀄리티 또한 줄어들게 됩니다. 간혹 실제 스튜디오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 있고 관리만 한국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작업 컴퓨터 성능
컴퓨터의 성능은 일반 가정에서 쓰는 정도의 수준이거나 약간 더 좋은 정도 입니다. 회사설립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싼 그래픽 카드나 CPU등을 장착하기는 어렵습니다. 컴퓨터의 성능이 떨어지면 애니메이션, 렌더링, VFX, 합성 전반에 걸쳐 많은 시간이 소요 됩니다. 심지어 작업이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 인원구성
작은 스튜디오에 대해 이야기 하므로 연출, 모델링, 라이팅, FX, 합성, 편집 팀 등이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감독(대표), PD, 애니메이션 팀장, 경력자, 신입
여기서 경력자의 수는 적은 편이고 신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경력자들로만 이루어진 회사도 보긴 했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관리자(PD,팀장)의 특성
관리하는 사람이 주어진 업무만 해서는 생산성을 지켜내기 힘듭니다. 많은 경우에 실제 작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당연히 업무 집중도도 떨어지고 누락되는 사항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외주사와의 작업 특징
- 외주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외주사는 받은 일을 처음 하는 상황이거나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사용해야할 모델링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 애정이 적습니다.
외주 프로젝트는 앞서 언급했듯이 비중있게 작업해야 할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관심도가 낮을 수 밖에 없고 잠시 거쳐가는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의사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외주사 애니메이터-> 외주사 팀장->외주사PD -> 원청사 PD -> 원청사 연출팀' 순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원청사에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부담스럽고 꺼려져서 소통을 잘 안하게 됩니다.
이상 외주사에 대한 특징을 알아보았습니다. 글의 구조상 단점이 부각되는듯 쓰여져 있지만 실제로 일하시는 분들은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을 과소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단지 구조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각 에피소드의 목적이나 주제를 확실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외주사에서 일을 진행하다보면 스토리보드에 나온대로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연출자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 처럼 원청사에 질문하기를 꺼려합니다. 과정도 길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외주사의 팀장님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컨펌을 진행하십니다. 이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각 에피소드의 목적이나 주제 입니다. 이부분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다면 부분적으로 약간 방향이 엇나가더라도 큰 그림은 맞아들어가게 됩니다. 전체적인 수정량을 줄이고 작업시간을 단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목적이나 주제에 대해 명확히 할 수록 좋습니다.
- 중요한 장면들에 대한 설명
에피소드 내에서도 강조 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정 장면들은 앞, 뒤 에피소드의 복선이 되므로 캐릭터 하나하나의 연기가 중요하다든가, 대사나 억양에 특별한 강세가 들어가야 한다든가, 주제가 함축적으로 들어가있다는가 하는 것들이지요. 이러한 점들은 여러 에피소드들 중 하나를 맡는 외주사로서는 알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글로 전달하기 힘든 미세한 감정이나 타이밍, 연기등을 전달
스토리보드의 그림이나 연출노트로는 표현하기 힘든 내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빠뜨리지 말고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작품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과정이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애착이 있고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결과물에서도 그것이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떨때는 미숙하지만 열정있는 신입이 원숙하지만 열정없는 경력자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작품자체가 재밌다면 그 것 만으로도 큰 동기가 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으므로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연출자와 애니메이션 팀장님이 모여 제작회의를 하게 되는데, 열심히 설명해서 조금이라도 하고싶은 작품이 되도록 어필을 하는것이 중요합니다.
- 애니메이터분들을 정중히 대합니다.
실무하시는 분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곱고 정중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소통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떠나면 작품에 대한 관심도 역시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 의사소통 과정을 간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소통하기 편한 창구(메신저, 이메일등)를 적극 활용하고 의사소통의 단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언제든지 질문 할 수 있는 심리적, 시스템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작업에 앞서 연출노트나 제작회의를 꼼꼼히 하는 것 또한 놓쳐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해야 합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은 그 작품에 대한 이해도 및 참여 횟수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정이 많을 수록 작품의 퀄리티 또한 올라가게 됩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관리해야 할 부분도 적어지고, 수정사항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원청사와 외주사 모두에게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므로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