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맵] 분짜하노이 서울대입구점
서울 관악구 관악로 154 지하 1층 (봉천동) http://kko.to/lmzryrhB-
분짜하노이
서울 관악구 관악로 154
map.kakao.com
가격에 비해 맛있고 양도 꽤 많아 몇 번 갔던 곳이다.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갑자기 쌀국수가 땡긴다.
‘비 오면 원래 파전에 막걸리나 육회에 소주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가게로 들어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신발 밑창이 다 닳아서 그런지 바닥이 엄청 미끄러웠다. 휘청휘청 춤을 추듯 사지를 비틀거리다가 롤러스케이트 타다가 넘어지듯 의자에 앉았다.
직원분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는데 메뉴 앞부분 몇 장이 붙어있었다.
‘메뉴가 줄었나?’
메뉴가 한 페이지 밖에 없기도 하고 어차피 쌀국수 먹으러 온거라 ‘하노이 쌀국수’를 주문했다.




하노이 쌀국수

약간의 기대감에 들떠 국물을 먼저 좀 마셔봤다.
‘음? 예전에는 좀 더 맛있었던 것 같은데…?’
맛이 달라진건지 내 미각이 달라진건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리송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일단 먹어보기로 한다. 그릇 옆에 놓인 다진마늘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이면 마늘이 들어가야지!’
하면서 다진마늘을 좀 넣으니까 한국적인 하노이 쌀국수가 완성됐다.
‘이맛이 아닌 것 같긴 한 데… 뭐 마늘 향이 나면 된거지!’
이상하게 합리화하면서 고기도 좀 먹어본다.
‘예전에는 고기가 좀 더 부드러웠던 것 같은데…?’
뭔가 모를 아쉬움이 국물과 함께 밀려들어왔다. 그때 옆에 놓여있는 시큼 달달한 베트남 소스? 가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쌀국수는 또 이게 들어가 줘야지!’
하면서 소스를 몇 스푼 들이부었다. 하지만 마늘맛과 섞이는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물음이 메아리처럼 머리속에 울려퍼졌고, 방황하던 난 소스가 서로 섞이지 않게 국수와 숙주나물로 비버가 집 짓듯이 그릇을 양분했다. 그렇게 그릇의 반은 베트남 버전, 다른 한 쪽은 웅녀가 먹었을 법한 마늘 버전의 반반 쌀국수가 완성되었다. 뭐 이미 엎질러진 일이니 수습도 못하겠고 양쪽을 오가며 베트남과 한국의 향을 동시에 느꼈다. 국수를 먹을 때 마다 베트남과 한국의 맛은 서로 섞이며 족보없는 맛의 하모니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면치기를 모두 끝낼 시점에 난 다 타버린 성냥마냥 의자에 앉아서 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뭔가 세상에 존재해선 안될것을 만들어버린 느낌이 들어 마시다 남은 물도 그릇에 부어버리고 도망치듯이 가게를 나왔다. 뭔가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
오늘 배운 것: 한국의 맛과 베트남의 맛은 섞여선 안된다.
오늘 점심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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